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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듬뿍: 번역가/번역 일지15

번역 일지_해탈, 힘을 빼야 하는 이유 무언가 하고 싶고, 되고 싶어 아등바등거릴 때가 있다. 대학시절 취업을 준비할 때도 그랬고, 경력과 무관하게 처음 출판 번역에 문을 두드릴 때도 그랬다. 졸업을 앞두고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나오면 잘 모르는 업종, 기업이라도 이력서를 썼다. 이력서라도 쓰지 않으면 불안하던 시기다. 그래도 한번 비벼볼 만한 만만한 직군에 써보지만 복붙의 이력서에는 나의 영혼이 없다. 그래서 그런가 무수하게 떨어졌다. (붙은 사람의 이력서에는 영혼이 있었을까?) 그러다가 처음 합격통지를 준 곳은 외국계 은행 회계팀. 영문학과와 회계학이라는 이상한 전공 조합이 꽤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입사한 지 6개월도 안 돼서 이 외국계은행은 북한에 검은돈을 건넸다는 혐의로 미국 제재를 받았다. 사실 당시 직원 중에 이 혐의에 대해.. 2022. 3. 19.
(밀린) 번역 일지_도서 리뷰 리뷰 리뷰 연이은 도서 리뷰. 에이전시에서 보내주는 샘플번역만 하다가, 이번에는 도서 검토를 의뢰받았다. 누가 책을 찾느냐에 따라 번역 기획이라고 부르고, 도서 검토(리뷰)라고 부른다. 번역 기획서는 번역가가 책을 발굴해서 출판사에 어필하면 출판사에서 내부 검토 후 출판 여부를 판단하고, 번역 검토서는 출판사가 책을 발굴해서 사전 독자인 번역가가 쓴 검토서를 참고하여 출판 여부를 판단하는 것 같다. (둘 다 출판사에서 그 책을 출간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고, 출간하기로 해도 그 역자로 내가 선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흠 ^^) 출판사에서 관심이 있는 책의 판권을 사기 전에 '번역 검토서'로 번역자를 사전 독자로 지정하여 책을 평가하게 한다. 보통 책을 읽고, 전체 내용/장별 내용을 요약하고.. 2021. 9. 28.
(밀린) 번역 일지_세 번 째 번역 마감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올 여름은 번역 수업과 3번째 책 번역이 겹쳐서 정신 없이 보낸 것 같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책모임과 이런저런 활동까지 욕심을 부린 것도 있다.^^; 회사라는 곳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놓칠 때가 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회사가 최우선이었는데, 일감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쉬는 틈을 대비하여 자꾸 하고 싶은(놀고 싶은) 일을 벌이는 게 문제다. 프리랜서의 시간관리에 대한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 01. 세 번째 책 마감 2021. 8. 4.(수) 새벽 세시 사십분. 세 번째 책을 마감했다. 회사 다닐 때 40세 전에 내 이름으로 번역한 책 한 권 갖기가 목표였는데, 회사, 코로나, 육아 등의 이런저런.. 2021. 9. 28.
번역 일지_ 번역 기획서 투고 번역 기획서를 썼다. 사실 책을 읽고 기획서 초안을 잡은 지는 한참 됐는데, 쓰다가 딴 일에 밀리고 밀려 드디어 완성했다. 가난과 가정 폭력을 겪은 저자가 중학교 1학년 때 경험을 챕터북 형식으로 소설처럼 쓴 논픽션이다. 2020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 (YALSA) 논픽션 부문 최우수도서 수상작이기도 하다. 논픽션이지만 소설 같은 흡인력이 있고, 가난과 가정 폭력을 겪은 저자의 생생한 감정 묘사와 사유, 친구, 가족, 선생님과의 갈등, 화해, 이해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주어진 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를 썼다고 한다. 읽으면서 가난과 가정 폭력이 일상인 상황에 마음이 아프고, 중학교 1학년 저자의 .. 2021. 6. 25.
번역 공부_번역가의 미래 이번 달부터 한겨레에서 하는 윤영삼 선생님의 수요 번역 워크숍을 듣고 있다. 어제 수업 중 인상적인, 마음에 콕 와닿는 선생님 말씀이 있어서 남겨두려고 한다. 기계가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언어학적 개념에서 우리가 어떻게 번역의 과정을 이해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셨다. 요약하면, 음운론 - 통사론 - 의미론 - 화용론 - 세상의 모든 학문 (수업 중에는 더 세부적으로 나눴다.) 단어 - 문법 - 의미 - 상황 - 문화 구글 번역, 기계 번역의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기술 번역 같은 경우에는 기계 번역한 걸 검수하고 교정하는 프로젝트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번역가 카페에서 본 번역가의 반응은 대체로 좋지 않다. 초벌 번역이 있으니 업체에서 단가는 높게 쳐.. 2021. 5. 27.
번역 일지_도서 리뷰하다 심리 치유 중 에이전시에서 처음으로 도서 리뷰가 들어왔다. 아직 판권 계약도 안 된 도서라 제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강박적으로 부정적인 사고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한참 부정적인 생각에 괴로워 하던 작년의 내가 생각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다. 끝까지 읽어봐야 알겠지만, 리뷰와 발췌 번역도 잘 해야 되겠지만, 번역까지 이어지길 바라면서. 2021. 5. 22.
번역 일지] 두 번째 책 검토 및 샘플 번역 재요청 #1. 교정본 검토 (출판사 편집자님 고마워요 : ) ) 번역 에이전시를 통해 두 번째로 번역한 책은 전 세계 새의 노랫소리를 담은 논픽션, 지식 정보책이었다. 첫 번째 역서가 첫 번역본을 보내고 최종 교정본도 받지 못한 채 출간돼서 무척이나 아쉬웠는데, 다행히도 이번 출판사에서는 교정본을 보내주셨다. 수정하신 부분을 꼼꼼히 표시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보다 보니, 수정한 부분이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었다. 부사의 위치, 반복되는 주어는 생략, 목록을 열거할 때 방식. 편집자의 시선으로 '아, 이게 더 자연스럽구나.' 하고 배울 수 있었다. 문장 전체를 손 본 부분은 오역이 있었는지, 의미가 맞는지 다시 한번 보게 됐고, 전문가 의견이 필요해서 의견을 적었던 부분에는 나에게 보내는 답변이 달려 있었다... 2021. 5. 17.
번역 일지_적극성 작년 여름쯤 번역 에이전시 한 곳에 등록했다. 등록 후 한 곳에서 샘플 테스트를 하라고 연락이 왔고, 떨어져도 샘플을 꾸준히 보내주신 덕분에, 그곳을 통해 도서 2권을 번역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에이전시에 등록을 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샘플을 보내주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번역을 처음부터 목표한 사람이 아니기에 선배도 동료도 없어서 가입한 네이버 카페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PR 하고 일감을 수주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출판사와 에이전시 전부 합해서 200곳에 이력서를 넣었다고 한다. '와우, 200곳이라니.' 내가 처음 번역기획서를 썼을 때, 출판사 20~30곳에 기획서를 넣었다. 처음 썼던 기획서는 청소년 대상의 페미니즘 도서였다. 출.. 2021. 4. 13.
번역일지_두 번째 마감 그리고 서프라이즈! #1. 두 번째 책 마감 두 번째 책은 번역 분량으로는 A4 110장으로 첫 번째 책과 비슷했는데, 기간은 이 주 정도 짧게 받은 탓에 시간에 너무 허덕이던 책이었다. 전 세계 새에 대한 지식정보 책으로 자료조사에 번역만큼 시간이 들었다. 새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단어의 무수한 뜻 덕분에, 이 새가 정말 어떻게 우는지 찾고 또 찾고, 듣고 또 들었다. 아, 정말 새가 우는 게 아니라 내가 울고 싶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croaking을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새니까 깍깍 울겠지 하고 썼다가, 혹시나 개골개골 울면 어떡하지, 아니면 낮고 거칠게 운다는 뜻으로 썼을까?' 이런 생각에 빠져들면, 새의 울음소리를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단어가 수 없이 나왔다. 허허허. 본문에 나온 울음소리는 QR코.. 2021.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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