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한겨레에서 하는 윤영삼 선생님의 수요 번역 워크숍을 듣고 있다.
어제 수업 중 인상적인, 마음에 콕 와닿는 선생님 말씀이 있어서 남겨두려고 한다.
기계가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언어학적 개념에서 우리가 어떻게 번역의 과정을 이해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셨다.
요약하면,
음운론 - 통사론 - 의미론 - 화용론 - 세상의 모든 학문 (수업 중에는 더 세부적으로 나눴다.)
단어 - 문법 - 의미 - 상황 - 문화
구글 번역, 기계 번역의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기술 번역 같은 경우에는 기계 번역한 걸 검수하고 교정하는 프로젝트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번역가 카페에서 본 번역가의 반응은 대체로 좋지 않다. 초벌 번역이 있으니 업체에서 단가는 높게 쳐주지 않으나, 실제로 검수하면 재번역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래에 없어질 직업에도 항상 번역가가 오른다. 이런 와중에 나는 회사를 안 다니면, 번역을 하고 싶다고 하니 처음에는 남편한테도 저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오늘 선생님이 하신 저 말에 약간은 희망을 가지고, 번역가란 직업이 왜 필요한지 약간의 자부심(?),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어를 이해 한다는 것은, 그저 단어의 뜻을 안다는 게 아니다.
소통을 하기 위해 그 언어를 쓰는 규칙, 문법도 알아야 하고 그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어떤 문화에서 이런 말을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기계 번역은 문법까지는 학습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의미, 상황, 문화까지 파악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언어를 이해하면 세상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는 말 다음에 이 말을 덧붙이셨다.
"기계가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번역가만 끝나는 게 아니다.
인간이 기계의 노예로 살게 될 거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장면이지만, 왠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기계가 언어를, 세상을 이해하는 순간 인간은 기계보다 나은 게 없을 테니까.
'꿈이 듬뿍: 번역가 > 번역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린) 번역 일지_세 번 째 번역 마감 (0) | 2021.09.28 |
---|---|
번역 일지_ 번역 기획서 투고 (7) | 2021.06.25 |
번역 일지_도서 리뷰하다 심리 치유 중 (0) | 2021.05.22 |
번역 일지] 두 번째 책 검토 및 샘플 번역 재요청 (0) | 2021.05.17 |
번역 일지_적극성 (0) | 2021.04.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