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라 비교할 대상이 없었지만, 8개월부터 아이를 본 25년 경력의 어린이집 원장님은 아이가 예민한 기질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예민함은 집 밖에서 우리의 눈에 띄게 두드려졌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아이가 예민한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불안이란 무엇일까?
불안이란 무엇일까? 불안은 보이지 않는다. 측정할 수도 없다. 아이들은 그저 불안의 느낌을 말할 뿐이다.
불안한 마음은 부정적인 사건에 매달린다. (중략) 아이들은 생각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사건의 극단적인 면만 보는 흑백 사고를 한다.
2년을 넘게 다닌 어린이집에서 일관된 평가는 아이가 무척이나 예민한 기질을 타고 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어하며, 또래와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많지만, 아이의 불안의 위의 세 가지에 치우쳐 있기에 나도 그 부분에 보다 매달리게 된다.
<우리 아이는 왜 불안할까?> 이 책의 부제는 '똑똑한 아이의 불안을 다루는 15가지 방법'이다. 똑똑함과 예민함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했다. 그냥 아이가 똑똑하기를 바라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수단으로의 단어 선택은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1장에서 저자는 '똑똑하다'는 것을 새롭게 정의한다.
똑똑하다=생각이나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능력 (17p)
평범한 아이가 '무섭다'고 생각한다면,
똑똑한 아이는 '난 이제 안전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똑똑한 아이는 준비가 안 된 채로 세상을 맞이하고, 생각을 멈추지 않고 반복하기 때문에 마음이 쉴 시간이 없이 계속되는 불안과 힘겹게 싸워야 한다. 이 말을 보고 나니 마음이 또 쿵. 그깟 채소를 먹기 싫다는 얘기를 왜 못할까 하는 어른의 이성적인 생각을 누르고 아이가 쉴 새 없이 불안과 싸우고 있을 그 마음에 신경이 쓰인다. 아이는 현재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처음 점심을 먹던 날 선생님이 무심코 숟가락 위에 올려준 채소를 싫다는 소리를 못하고 먹은 이후 등원 거부 중이다. (한 달 넘게, 할 말이 많지만...)
불안한 아이들은 대부분 매우 예민하며 이런 성격적 특성은 대체로 타고나는 것이다. (중략) 정신과 의사이자 <감정의 자유> 저자인 주디스 올로프는 예민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10개가 아닌 50개의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만지는 느낌으로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느낀다." 44p
아이마다 불안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가 불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45p
불안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내향적 처리자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는 외향적 처리자.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부모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기에 경우에 따라 내향적, 외향적 처리자의 모습이 모두 드러나지만, 대체로 내향적인 성향인 아이와 나. 책은 내향적 처리자와 외향적 처리자인 아이의 불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각각 제시한다.
"5장. 지능과 불안의 충돌"에서는 아이의 나이를 신체 발달/지적 능력/감정 성숙도로 나눈다. 이 세 분야의 나이가 다른 경우(불일치 하는경우), 특히 나이보다 높은 지적 능력으로 더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감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 그 불안은 심해진다고 한다. 아이의 지적 능력에 치중하는 부모는 이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아이의 감정이 지능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감정과 지능 나이가 일치할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도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은 1부 똑똑한 아이들의 생각법과 2부 문제 해결 방법 15가지를 제시한다. 1부에서는 똑똑하다는 말의 정의, 아이의 불안을 이해하고 아이가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똑똑한 아이의 지능과 감정의 불일치를 경계하고, 아이의 감정을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2부에서는 1부에서 잠깐씩 언급된 아이의 불안을 해소하는 15가지 방법이 담겼다. 15가지 방법은 각각 아래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법은 저자가 실제로 상담했던 아이와 부모에게 사용하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어떤 부모, 보호자라도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을 수준의 실용적인 방법이다.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왜 효과가 있을까?
실행방법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지금 아이는 새로운 어린이집 등원을 불안해하고 있다. 아이의 불안을 공감해주고 인정해줘야 하는 나는 지금 한 달째 아이의 불안에 기인한 반복되는 울음, 짜증과 떼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 개선될 여지가 없는 아이의 '감정 받이' 노릇이 버겁다고, 아이의 반복된 불안에 참지 못하고 소리치는 나를 보면서 이제는 내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느낄 때쯤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아이의 마음이 이해되는 구절, 내가 시도해볼 대화법에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보기 시작했다. 붙일 데가 많아지자 포기하고 밑줄을 그었다. 그만큼 예민한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고 싶은 나의 간절함으로 곳곳에 밑줄을 쳤다.
[이럴 때 도움이 된다] - 우리 아이가 보이는 모습이 상당히 많이 해당되는 것을 알고서 걱정이 늘다가도
[왜 효과가 있을까]와 [실행방법] - 실행 방법을 읽으며 아이의 상황에 대입해서 써볼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기도 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 이 부분에서는 언젠가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을 깨닫게 될 아이를 생각하며 그래도 희망을 본다.
하루 아침에 타고난 예민하다는 기질이 바뀔리는 없지만, 긍정적으로 그 예민함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으로, 그 불안함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독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는 게 아니기에 남편과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에게 함께 읽어보자고 할 계획이다. 감정 표현이 어려운 우리 아이의 불안을 우리는 일찍 파악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우리는 모른다. 뒤늦게 애착 인형 곰이와의 역할 놀이를 하거나 다른 떼 부림을 달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답지 못하게 혼자서 끙끙 속앓이를 하고 있을 내향적 처리자인 아이를 모두 힘을 합쳐 도와주고 싶다.
아이와의 대화가 어려운 분들, 아이가 예민하다고 특히 불안하다고 느끼는 보호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8011223
* 출판사 인스타 계정에서 <우리 아이는 왜 불안할까> 책 제목과 소개글을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습니다.
서평단 선정 후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좋은 책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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