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혹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냥 작은 물혹이겠거니 했는데,
모양이 별로 안 좋다고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갔었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정밀 초음파를 하고,
혹 모양이 예쁘지 않다고
갑상선 조직 총검을 한번 더 해야 한다고 했다.
혹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말은 즉,
악성 종양, 암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갑상선 조직 총검.
예약일을 기다리고,
결과를 듣기까지 조금은 떨렸던 것 같다.
그 사이 인터넷에서 갑상선암을 찾아보고,
수술 후기까지 읽어보았으니
설마 하고 웃으며 방문했던 것과 달리 신경이 쓰였다.
괜히 더 피곤한 것 같고, 잠을 못 자는 이유가
이 혹 때문인가 싶기도 했던 것 같다.
몇 주간 서울대병원을 들락거리며 받아낸 음성 판정.
"다행히 음성이에요. 그런데 검사하지 않은 조직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아주 적은 확률로 있어요.
나중에 변이가 될 수도 있으니 6개월 뒤에 다시 한 번 검사를 해 보는 게 좋겠어요."
암이 아닌 건 다행이지만 그 만에 하나 6개월 뒤 변이가 오면 어떡하지.
-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덕분에
추적검사 시기에 병원에 가는 게 꺼려졌다.
괜히 병원에 가서 당시 그 무서운 '코로나'를 옮아올까봐 더 무서웠으니까.
그렇게 6개월씩 미루고 미루고
이제 정말 가봐야겠다 생각한 전날
코로나가 걸려서 6개월을 또 미뤘다.
그러더니 어느새 2022년 12월말이 됐다.
피검사와 초음파를 하고
2023년 새해, 해가 지나 결과를 들으러 갔다.
대기석에 꽉찬 사람들 사이에서
가져간 책을 읽으며 편안하게 기다렸다.
미루고 미루었던 지난 2년 동안 건강했고,
별다른 이상 증세도 없어서 그런지 예전처럼 긴장되는 것도 없었다.
혹시나 변이가 됐으면 어떡하냐는
1% 가능성에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못생긴 혹이 완전히 사라졌네요.
총검 2방 맞더니 놀라서 사라졌나 봐요.
그 옆에 작은 혹은 모양도 크기도 괜찮아서 더 이상 안 와도 될 것 같아요.
일반 병원에서 나중에 한 번씩 검사만 해 보셔도 될 것 같아요. 회송의뢰서 써드릴게요."
혹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건 몰랐다.
그 옆에 있던 작은 혹보다 크기도 크고 못생겼던 혹이 말이다.
2년 전 나를 긴장시켰던 바로 그 혹이
말끔하게 사라졌다니!
새해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았다.
혹은 언제 사라졌을까?
정말 의사의 농담처럼 총검 2방 맞고 놀라서 쪼그라들었나.
총검 후 6개월 뒤 사라졌을까, 1년 뒤?
한 번에 감쪽같이 사라졌을까, 서서히 쪼그라들었을까.
6개월간 미루고 미룬 추적검사 덕에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이 검사를 안 한 것 또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관심으로 사라져 버린 혹.
무관심이 이렇게 무서운 거라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혹이 없어진 자의 여유만만한 생각이다.
-
2022년 겨울 건강검진에서
자궁에 작은 물혹 2개와 빈혈이라는 증상을 알게 되었다.
빈혈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고,
물혹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40살이 넘어가면서
몸이, 체력이 완전히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제 정말 곧 몇 년 뒤면 사십이다.
20대, 출산 전과 너무나도 달라진 체력은 벌써 눈치챘다.
이제 건강에 무관심하면 안 되는 나이.
아직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많은 30대 후반 여성,
다섯 살 꼬마의 엄마, 40대 남자의 아내,
60대 부모의 자식으로 해야 할 일은 나의 20대보다 많아졌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을 이제 몸으로 느낀다.
올해는 코로나 핑계 대지 않고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야지.
스트레칭, 요가 같은 정적인 운동 말고
조금 더 활동적인 운동으로 활기차게 체력을 키워나가야겠다.
40대에 달리기부터 시작해서 철인 3종까지 완주한
책 <마녀체력>의 저자처럼.
굿바이 못생긴 혹! 새해에는 마녀체력!
으쌰 시작이 좋다 : )
* 운동을 시작할 때 읽으면 좋은 추천 책! <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몇 년 전 이 책을 읽은 때도 새해였던 것 같아요.
자극받아서 홈트를 한동안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왜 안 하고 있을까요?
다시 읽고 삼일마다 작심삼일! 마음을 다잡고 운동을 해야겠어요. ㅋㅋ
'재미가 듬뿍: 일상, 마음 쓰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미지 배경 투명하게! 쉽고 빠르게! 이미지 편집 사이트 추천 (0) | 2022.07.11 |
---|---|
우리의 말은 어디로 갔을까? (3) | 2022.03.11 |
900원 밀크티 맛, 이건 아니지. (0) | 2021.06.02 |
불가능한 걸까. (2) | 2021.05.25 |
아이도 좋아하는 이 조합! 영양 가득맛있는 케일 스무디 :) (0) | 2021.05.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