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이 생일날 그림책방에 갔어요.
직접 고른 그림책 두 권을 선물해 주기로 했거든요.
아이가 아직 5살이라 책꽂이에 꽂힌 책 제목을 읽어 주고,
그중에서 관심 있어하는 책을 읽어 보고 골랐어요.
<슈퍼 거북>만 읽어본 아이는 <슈퍼 토끼>에 관심을 가졌고요.
나머지 한 권은 오늘 소개할 <공룡이 왔다>입니다.
'공룡'이라는 말에 혹해서 빼든 책입니다만
표지 그림부터 내용까지 제가 상상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이 책을 고르더라고요.
내용도 그렇고, 그림체도 그렇고 제가 느끼기에
아이에게는 조금은 어려운 감정선과 낯선 그림체라고 생각했거든요.
한 아이가 교실 안으로 들어가요.
1학년인가 봐요. 1학년 7반.
교실 풍경에 평범한 책상도 있고 하늘 구름도 있어요.
주인공 아이와 친구의 공룡 장난감만 컬러예요.
친구가 가져온 공룡 장난감, 우리 주인공도 갖고 싶던 장난감이에요.
어제 마트 회상 장면.
울고 보채는 동생 때문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돌아온 것 같아요.
급식 시간,
옆자리 덩그러니 남은 공룡에 자꾸 눈이 갑니다.
공룡 보느라고 밥을 빨리 못 먹은 걸까요.
큰일 났어요!
그만 공룡 팔 한쪽이 빠졌어요. ㅠㅠ
붉게 변해버린 주인공,
주인공의 눈빛,
쓰러진 공룡.
책 뒤로 숨은 아이, 이제 어찌할까요??
-
미리보기가 길다 했는데,
딱 여기까지입니다.
이 뒤로는 친구 장난감을 망가뜨린 아이의 속마음이 나와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며 아이의 마음이 아주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아이의 감정 변화와 함께 아주 상징적인 그림과 구도가 아주 묵직하게 시선을 잡아끌어요.
아이가 무언가 잘못했을 때,
특히 다른 사람에게 미안한 일을 했을 때
바로 사과하지 못 하잖아요.
사실 바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사과한다는 것은 어른에게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이 책은 아이의 감정선을 정말 섬세하게, 환상적인 그림으로 풀어냅니다.
죄책감이 들었다가, 다른 사람을 탓했다가
그렇게 자기 마음속에 푹 파묻혀서
시간이 지나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돌아와요.
그러고는 순수하게 용기를 내서 현실로 돌아와요.
-
사실 처음 봤을 때
내가 상상한 이야기가, 그림체가 아니라 제가 더 당황했던 것 같아요.
다른 책을 다 두고 이 책을 고른 아이도 신기했고요.
우선 시각적으로 아주 강렬합니다.
연필 음영만 주었는데, 주인공과 공룡만 색깔이 있어요.
그리고 그림의 구도, 표현 역시 강렬해서
'어, 이게 뭐지.'
처음에는 제가 오히려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다섯 살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보겠구나,
아이가 이 부분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엄청 집중해서 보고,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로 봅니다.
한 번 보면 반복해서 보기도 하고요,
이 책이 '재미있다'라고 하고요.
아이가 이 함축적인 그림과 말을 이해할까 싶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묻지 않고 잘 참고 있어요.
온전히 감상하는 아이의 몫으로.
하지만 너무 궁금하긴 해요. 무슨 생각을 할까 말이죠.
친구 장난감이 탐난 적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마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 쓰다보니 질문이 정리가 되네요.
내용을 이해했는지는 말고,
어느 부분이 재미있는 건지 물어는 봐야겠어요.
혹시 아이와 이 책을 읽으신 분이 있다면 감상평이 궁금해요,
아이의 마음도 궁금하고요 : )
이 책은요,
글밥은 짧지만,
친구 장난감이 부러운 아이의 감정과
환상적인 그림의 조화 덕분에
한 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책인 것 같아요.
꼭 직접 책으로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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