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내 샘플 번역을 선택했다고,
처음이니 사무실로 방문해서 계약하자고 했다.
(야호! 설레는 마음으로 통화를 하고
내일 당장 갈 수 있다고 말했다 ㅋㅋ
여유로운 모습 따위는 없음 ㅋㅋ)
번역 기한을 여쭤보니, 내 상황도 고려해야 하니
일정을 생각해 보고 오라고 했다.
한겨레 번역 수업을 들을 때,
번역하는 시간을 계산해보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는 번역물에 따라서, 구문이 어렵다면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을 텐데
동일한 잣대를 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정말 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했다.
첫째,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
행복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10시-10시 반,
청소 등 집안일, 장보기 1시간,
하원 시간 15시 30분.
행복이 자는 시간 10시
어린이집에 가 있는 하루 네 시간, 재우고 나서 두 시간!
적어도 '여섯 시간'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 번역하는 시간!
샘플 번역에 걸린 시간을 생각해보니,
토요일 3시간, 일요일 3시간 / 원서 페이지 4페이지 수준 / A4 약 2페이지
번역과 교정에 1 페이지당 1.5시간이 필요하다. (샘플이라 교정을 보고 또 보긴 했다;)
원서가 250페이지니까, 총 375시간이 필요하고,
6시간씩 일하면 62일이 필요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넉넉잡고 '세 달'이 필요하다 할 참이었다.
사무실에 가던 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코로나 재확산으로 연일 300-400명을 기록하고 있어
거리두기 2단계 확정! 어린이집 휴원 확정!
(안돼!!!! ㅠㅠ)
어린이집 휴원은 곧 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잠들고 난 뒤 2시간, 내 잠을 줄인다 해도 4시간?
어떻게 4달을 얘기해야 하나 암울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도착했다.
회의 결과는 두둥!
준비해 간 '세 달'이라는 말도 못 꺼내봤다.
너무 순진하게 정말 내 상황에 맞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보다.ㅋㅋ
예의상 보통 어느 정도 걸리냐고 물었는데,
단행본 한 권에 한 달 반!
(정말요? 진짜요?)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세 달은 말도 못 꺼낼 일정이라
코로나 때문에 작업시간 확보가 어렵다고
두 달로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답변은 놉! NOPE!
결국 한 달하고 20일로 도장을 찍었다.
일주일 정도는 더 준 거라며 흑 ㅠㅠ
(정확하게 5일인데...)
계약서 도장은 찍었으니,
뭐 잠을 줄이고,
엄마 찬스가 가능한 날을 좀 알아보고,
주말에 오빠 찬스도 좀 쓰고,
나도 속도를 더 내고, 하다 보면 속도가 붙겠지!
이제 할 일은 작업 일지를 쓰며, 번역 속도, 시간을 정확히 체크해보는 것!
마감 기한이 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세뇌의 말! 확언의 말이 필요한 이 시점, 아자아자! 으쌰으쌰!
작업일지 작성 중! 작업페이지 숫자가 얼른 늘어나면 좋겠다 : )
ps. 출판번역을 준비하는 분이 계시다면,
단행본 한 권을 번역하는 데 보통 한 달 반을 준다고 합니다 : )
(참고하세요 하하, 검색 능력이 부족했는지 전 이 정보를 알지 못했 거든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 모두,
소소한 재미로 듬뿍한 하루 보내시길, 보내셨길 바랄게요 : )
- 소소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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