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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듬뿍: 번역가/번역 일지

단행본 평균 번역 기간? 모르면 용감하다.

by 소소듬뿍 2021. 2. 28.

출판사에서 내 샘플 번역을 선택했다고,

처음이니 사무실로 방문해서 계약하자고 했다.

(야호! 설레는 마음으로 통화를 하고

내일 당장 갈 수 있다고 말했다 ㅋㅋ

여유로운 모습 따위는 없음 ㅋㅋ)

번역 기한을 여쭤보니, 내 상황도 고려해야 하니

일정을 생각해 보고 오라고 했다.

한겨레 번역 수업을 들을 때,

번역하는 시간을 계산해보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는 번역물에 따라서, 구문이 어렵다면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을 텐데

동일한 잣대를 댈 수 있을까 생각했다.

© JESHOOTS-com, 출처 Pixabay

전화를 끊고 정말 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했다.

첫째,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

행복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10시-10시 반,

청소 등 집안일, 장보기 1시간,

하원 시간 15시 30분.

행복이 자는 시간 10시

어린이집에 가 있는 하루 네 시간, 재우고 나서 두 시간!

적어도 '여섯 시간'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 번역하는 시간!

샘플 번역에 걸린 시간을 생각해보니,

토요일 3시간, 일요일 3시간 / 원서 페이지 4페이지 수준 / A4 약 2페이지

번역과 교정에 1 페이지당 1.5시간이 필요하다. (샘플이라 교정을 보고 또 보긴 했다;)

원서가 250페이지니까, 총 375시간이 필요하고,

6시간씩 일하면 62일이 필요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넉넉잡고 '세 달'이 필요하다 할 참이었다.

사무실에 가던 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코로나 재확산으로 연일 300-400명을 기록하고 있어

거리두기 2단계 확정! 어린이집 휴원 확정!

(안돼!!!! ㅠㅠ)

어린이집 휴원은 곧 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잠들고 난 뒤 2시간, 내 잠을 줄인다 해도 4시간?

어떻게 4달을 얘기해야 하나 암울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도착했다.

© mwitt1337, 출처 Pixabay

회의 결과는 두둥!

준비해 간 '세 달'이라는 말도 못 꺼내봤다.

너무 순진하게 정말 내 상황에 맞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보다.ㅋㅋ

예의상 보통 어느 정도 걸리냐고 물었는데,

단행본 한 권에 한 달 반!

(정말요? 진짜요?)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세 달은 말도 못 꺼낼 일정이라

코로나 때문에 작업시간 확보가 어렵다고

두 달로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답변은 놉! NOPE!

결국 한 달하고 20일로 도장을 찍었다.

일주일 정도는 더 준 거라며 흑 ㅠㅠ

(정확하게 5일인데...)

계약서 도장은 찍었으니,

뭐 잠을 줄이고,

엄마 찬스가 가능한 날을 좀 알아보고,

주말에 오빠 찬스도 좀 쓰고,

나도 속도를 더 내고, 하다 보면 속도가 붙겠지!

이제 할 일은 작업 일지를 쓰며, 번역 속도, 시간을 정확히 체크해보는 것!

마감 기한이 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세뇌의 말! 확언의 말이 필요한 이 시점, 아자아자! 으쌰으쌰!

작업일지 작성 중! 작업페이지 숫자가 얼른 늘어나면 좋겠다 : )

 

ps. 출판번역을 준비하는 분이 계시다면,

단행본 한 권을 번역하는 데 보통 한 달 반을 준다고 합니다 : )

(참고하세요 하하, 검색 능력이 부족했는지 전 이 정보를 알지 못했 거든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 모두,
소소한 재미로 듬뿍한 하루 보내시길, 보내셨길 바랄게요 : )
- 소소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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