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번역하고 있는 책은
새 200마리의 노랫소리를 담은 논픽션, 지식정보 책이다.
새 일러스트와 함께
QR코드로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아래 짤막하게 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새를 설명하는 두 문단 중
한 문단은 새 소개, 다른 문단은 소리 묘사.
일러스트에서도 오색빛깔을 뽐내는 새는
'이런 새가 지구에 존재하는 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감탄이 나온다.
QR코드로 듣는 새소리는
순간적으로 내가 자연에 나와 있나 싶을 정도다.
기분이 좋다.
영어로 새소리를 표시해 놓은 부분의
음가를 달려고 소리 내어 읽다 보면
피식 웃음도 난다.
새의 서식지를 묘사하는 부분은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주로 하는데,
멋진 대자연을 보는 것도 이 책을 번역하는 재미다.
하지만 이런 힐링 포인트와 재미만 있지는 않다.
번역하기 전 이름을 아는 조류는
참새, 비둘기, 까치, 까마귀 등
아파트 단지에서 보는 새가 다였다.
출판사에서 새 이름을 먼저 번역해줬으면 해서
200마리의 새를 찾는데 이게 웬일. ㅠㅠ
샘플 번역 때 등장했던 4마리는
네이버에서 바로 우리말로 검색이 됐다.
바로 다음 새부터 네이버에서 검색이 되지 않았다.
왠지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이 책을 고른 건 아니다.
출판사에서 내 샘플 번역을 선택해 주면
고마운 프리랜서, 새내기 번역가 처지일 뿐.
이 책을 번역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
구글에서도 영문으로 나올 뿐.
도서관에 가서 조류 관련 책을 찾았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조류도감이 대부분이었다.
조류도감에는 6 대륙의 새를 고루 다루는
이 책에 등장한 새와 겹치는 종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조류학자도 아닌 내가
새 이름을 명명하자니 많이 떨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못 한다 할 수도 없는 처지다.
다시는 에이전시에서도
샘플 의뢰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신뢰의 문제일 수 있으니까.
조류, 식물 등 대부분은 학계에서 쓰는 학명이 있고,
각 지역에서 부르는 국명, 다시 말해서 그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이 있다.
그러니까 똑같은 새라도
학명은 하나, 이름은 각 나라 언어로 여러 개일 수도 있다.
일부 웹에서는 백과사전에 나오지는 않지만,
일부 사람들이 영어 음가를 그대로 쓰는 새도 있었다.
대체할 우리 새 명칭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음가 그대로 쓰는 새도 있었지만
최대한 우리말로 쓰는 게 목표였다.
우리나라에서 국명이 있는 새는
영명과 비슷한 뜻으로 지어진 새도 있고,
아예 다른 특징을 살려 부르는 새도 있다.
나에게는 다른 특징을 내 맘대로 살릴 권한도 전문지식도 없다.
대신 최대한 기존 새의 국명을 참고하여
우리 국명에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우리말로 번역하려 애썼다.
너무 걱정이 많이 되는 새 이름.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출판사에서도
전문가 감수를 할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이 책을 볼 독자는 새 애호가나,
동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이
우리말로 뜻을 알고 부를 수 있는
전 세계 새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출판사 감수 후에
내가 번역한 새 이름이
어떻게 확정될지 궁금하다.
뿌듯함이 클는지, 아쉬움이 클는지.
+ 번역가가 적성에 맞을까?
번역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오, 적성에 맞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논픽션의 경우 분야에 따라
이런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다.
독서와 겹치는 장점이지만,
작가가 아는 바를 내가 이해하고 말로 풀어내기 위해
더 많은 검색을 하게 된다.
무언가 배우기를 좋아하는 나.
번역 일이 맞는 것 같다.
물론, 시간은 배로 걸린다. ㅠㅠ
마감에 쫓긴다. 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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