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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듬뿍: 책 그리고 영화

그림책_아이도 분노하고 해소할 줄 알아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

by 소소듬뿍 2021. 5. 6.

 

그림책을 처음 접하고 거의 고전급으로 좋은 그림책 목록에 항상 이 책이 있었던 것 같아요.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이 너덜너덜함 보이시나요?

그만큼 인기가 좋은 책이라는 뜻이겠죠?

 

하지만 행복이 낳고 2018년쯤, 제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좀 의아했어요.

제 기준에서는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에는 한 번 보고 덮은 책이에요 : )

 

그런데 어린이도서연구회 신입모둠 두 번째 책으로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있고,

어쩌다 보니 발제까지 하게 되어서 다시 한 번 읽어본 책입니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에 첫 그림책으로 오른 이 책,

게다가 그림책 최고의 상인 칼데콧 상까지 받은 이 책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 다시 보게 됐어요.

 


-

 

첫 장부터 한껏 심통이 난 얼굴로

괴물 옷을 입고 벽에 못질을 하는 주인공 맥스가 나와요.

 

왠지 이미 엄마에게 한 번 혼이 난 모습 아닌가요? ^^

 

 

'그날 밤에 맥스는 늑대 옷을 입고 이런 장난을 했지.'

 

 

포크를 들고 계단을 뛰어내려오며 

강아지도 쫓고요.

 

'이런 장난도 했고,'

 

아마 제 상상 속에 이미 화가 난 엄마가

계속해서 괴물 장난을 치는 맥스를 보며 소리를 칩니다.

 

"이 괴물딱지 같은 녀석!"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맥스도 만만치 않은 아이죠.

그래서 엄마는 저녁밥도 안 주고 맥스를 방에 가둬 버렸다고 나와요.

 

밥도 안 주고 가두고, 뭔가 요즘 세상에 학대가 아니냐 싶겠지만,

미국에서 외출금지는 우리나라에서 생각 의자에 앉히는 정도로 

흔한 벌이지 않을까요?

 

 

 

방에 갇힌 아이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아이의 방에는 장난감도 하나 안 보입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바로 다음 장면에 이런 말로 맥스의 상상이 시작됩니다.

 

바로 그날 밤에 맥스의 방에선 나무와 풀이 자라기 시작했지.

 

풀이 자라더니 무성한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배를 타고 항해를 떠나요.

1년을 항해하던 맥스는 괴물 나라에 도착해요.

무시무시한 괴물(실제 그림은 익살스러운 괴물이지만요)을

호통 치고, 마법을 부려 괴물 나라의 왕이 됩니다.

 

그러고는 집에서 혼난 괴물 소동을 아주 신명나게 벌여요.

집에서 못다한 괴물 소동은 글도 없이

여백 없이 페이지를 아주 꽉 채운 그림으로 3장, 즉 6페이지를 할애했어요.

 

그러다 문득 쓸쓸함을 느끼고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느껴요.

 

역시 엄마 품이 그리운 걸까요?

 

긴긴 모험을 끝내고 방으로, 현실로 돌아온 맥스의 표정은 참 편안해 보입니다  :)

방 안에 있는 밥 냄새를 맡으며 '집이다'라고 생각 하는 것처럼요.

 

마지막 장은 그림도 없이 이 한 줄로 책이 끝나요.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

 

저는 이 한 줄 때문에 결말이 참 따뜻하다고 느껴졌어요.

아이가 자라면서 다양한 감정이 생겨나죠. 

엄마와 내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아가 생기고,

기쁘고 슬프고 화가 나고 샘이 나고 속상하고 부끄럽고 행복하고 즐겁고 싫고 

이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 혼란스럽기도 할 거예요.

 

이 책은 아이의 분노, 그리고 아이가 분노를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아이도 어른처럼 화가 나지만, 어른과 달리 해소할 방법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럴 때 맥스는 자기 내면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상상의 세계로요.

그곳에서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왕이 되기도 하고,

아이 눈에는 엄마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엄마처럼 왕이 되어 괴물들에게 벌을 주기도 하고요.

 

저는 괴물을 그냥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안의 괴물'이라고 해석도 한다고 합니다.

또는 그냥 아이 그 자체일 수도 있고요.

 

 

    작가, 모리스 샌닥의 이야기

 

모리스 샌닥은 원래 "야생마가 사는 나라(the Land of Horses)"를 그리려고 했대요. 

희한하게도 6살 때부터 미키마우스 모사를 아주 똑같이 해서 놀라움을 안겼던 모리스 샌닥이 '말'은 잘 못 그렸나 봐요. 편집자가 보고는 이게 뭐냐고 했을 정도로요 ^^

 

그래서 'thing'이라고 모호한 존재가 되었고, 고대 유대어로 wild thing이란 표현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뜻하기도 하나 봐요. 그래서 맥스라는 아이와 괴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라는 책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192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어요. 유대인 이민자 3세로 함께 미국으로 넘어온 친척도 있지만, 유럽에 남겨져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된 친척도 있었던 것 같아요. 모리스 샌닥이 10대 때죠.

 

그림에서 괴물이 머리 모양도 그렇고,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리스 샌닥은 친척이 정신이 나간 얼굴로, 성난 눈빛, 충혈된 눈, 크고 누런 이를 내보이며 자신의 볼을 시뻘게질 때까지 꼬집은 일화를 떠올려요. 

 

아마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로 제정신일 수 없었던 상황이었겠죠.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모리스 샌닥은 당시의 숙모와 삼촌을 말 대신 캐리커처로 그렸다고 해요.

 

따뜻한 집이 그리운 10대 때의 작가의 모습이 맥스와 겹쳐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 )

 

 

    어린이. 독립된 인격체.

 

모리스 샌닥은 거의 최초로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작품에 담았다는 평을 받는 작가라고 합니다.

어른이 강요하는 어린이가 아닌, 그 자체로 분노와 공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독립된 인격체요.

 

어제 어린이날을 맞아 요즘 신조어인 'ㅇ린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기사를 보게 됐어요.

 

'주린이, 요린이, 부린이 등등'

 

각각 주식 초보, 요리 초보, 부동산 초보라고 말해야 한다고요.

 

어린이를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런 신조어가 나왔다는 해석, 정확하지 않나요.

어린이어른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라고요.

 

 

blog.naver.com/dongjakfm/222338253076

99번째 어린이날 기념 카드뉴스

마을방송국 동작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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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어른의 세계에 가두지 않고,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현실은 너무 어렵네요 ^^;)

우리 아이도 맥스처럼 화가 나고, 분노를 느껴도 그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성장하기를 바라고요.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집이, 엄마가, 아빠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아늑한 휴식처이길 바라봅니다.

 

 

+ 이 책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 장면!

 

첫 장부터 입꼬리가 처져 있던 맥스가

처음으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에요.

'괴물딱지'가 아니라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의 웃음이요.

보기만 해도 같이 즐거워 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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