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미가 듬뿍: 일상, 마음 쓰기 : )

굿바이 회사] 005. 복직

by 소소듬뿍 2021. 3. 6.

 

육아휴직을 6개월 이상 하면

지방 본사로 발령을 낸다는 소리에

딱 5개월 하고 3주 정도 

육아휴직을 썼다.

 

육아휴직을 눈치 보며 쓰는 사기업이 아직 많지만

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는

크게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그것도 아이 1명당 3년, 3회에 걸쳐서 쓸 수 있는

나름 육아휴직 복지는 좋은 회사다.

 

그래서 선배들은 출산하면 1년 휴직을 하고,

남은 2년은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남겨두는 것 같았다.

 

출산휴가 3개월에 휴직 5개월 3주.

아이가 8개월쯤 복직을 했다.

사실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것보다

밖에서 일을 하는 게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기한이 있고 성과가 있는

끝이 보이는 일이었다면,

 

육아는 기한도 없고

육아 이론서도 적용되지 않고,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자아가 생기는 아이와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려야 했다.

 

그렇게 회사에 복직을 하니

육아로 집에만 갇혀 있던

생활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기도 했다.

 

사내 포털도 업무를 하던 시스템도

동료들도 다 그대로였다.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회사원이라는 정체성도 

빠르게 되찾았다.

 

복직한 뒤 얼마 안돼서

출산, 육아휴직 기간도

근무기간으로 계산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경력을 인정하는 데 좋은 제도였지만,

문제는 수도권 근무기간 2년에도

이 기간이 포함된다는 거였다.

 

서울 발령받고 출산 휴가 전까지 1년 근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 8개월.

즉, 복직 후 4개월 뒤면 나는 또 

지방 본사로 발령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가 된다.

 

무언가 억울했다.

그 2년 중 8개월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느라고 쓴 건데

그걸 수도권 근무기간으로 포함한다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인사 시즌에 전화를 받았다.

'본사 이동 가능하냐고.'

 

돌 아이를 두고

본사를 내려갈 수 있을까.

복직한 뒤 일종의 분리불안이 생겨

퇴근 후에는 화장실도 못 가게 하는데

주말에만 보게 되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초보 엄마라 비교 대상이 없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가 예민한 기질의 아이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심한 편인 것 같다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 예민하다는 아이에게

엄마가 부재한 일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돌도 안 됐다고,

복직한 지 3개월도 안 됐다고 사정을 얘기했다.

 

또한 서울에서 근무한 기간이

나보다 긴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휴직 중에도

서울로 올라오겠다고 지원한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았다.

 

복직 후 첫 인사 시즌,

나보다 근무한 기간이 길었던

사람들이 눈물을 머금고 

본사로 내려갔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특히 아이가 어린 경우

육아휴직을 택했다.

 

이번에는 아직 대상이 아니었지만,

앞으로 근무기간이 2년이 넘어가니

매 인사때마다 어차피 이동 대상이 될 터이니

생각을 하고 있으라고.

 

그렇게 주거가 불안정한,

언제 지방으로 끌려갈지 모르는

신세가 되었다.

 

 

@Pixabay 

 

 

* 이 글은 컨셉진스쿨에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로 쓰는 글입니다.

혼자 속 썩으며 홧병이 난 것만 같던

그 시절을 털어내기 위해

회상해서 쓰는 글입니다. (지금 아님 주의)

 

* 앞 이야기

001. 마음 속 화 털어내기

002. 지방 이전 vs '강제 이주'

003. 집 떠나와 열차 타고 가는 마음

004. 회사원에게 출산 타이밍이 있을까?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