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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듬뿍: 일상, 마음 쓰기 : )

굿바이 회사] 002. 지방 이전 vs '강제 이주'

by 소소듬뿍 2021. 3. 2.

 

내가 다니던 회사는 

입사할 때는 본사가 서울이었지만,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했다.

 

이 좁은 나라에 인구 20%가 수도권에 산다.

지방균형발전법은 나라 차원에서는

옳은 방향일 수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삶으로 들어가 보면,

아니, 적어도 내 삶에 비추어 봤을 때

지방균형발전으로 인한 기업 이전은

나에게 '강제 이주'와 같았다.

 

지방이전을 알고 입사한

일부 그 지방 사람들이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가족과 다 같이 터전을 옮기는 

직원들이 용기 있어 보였다.

 

그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 좋아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구체적으로 지방이전 이후를 그려보지 않았던,

이직에 관심이 없었던 내가 바보 같았다.

 

원룸 전셋값, 생활비,

매주 서울로 올라오는 차비 등

연봉 천만 원 가까이 손해 보는 일이었다.

돈뿐만이 아니다.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자

친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기회를 잃었다.

 

지방 이전 결정 당시

모두가 내려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에 남고 싶어 했으며,

소수 부서, 팀만 남긴 서울로

다시 발령받고 싶어 했다.

 

그래서 회사는 원칙을 세웠다.

규정은 아니지만, 인사 발령 시 지침이 만들어졌다.

- 수도권 2년 근무 시 본사 발령 대상

- 휴직 6개월 이상 사용 시 무조건 본사로 복직

- 수도권 지원자 선발 우선순위 등등

 

하지만 실제로 이전을 하고 나니

승격이나 직원 간의 교류 등

회사의 주요 업무를 고려했을 때

선뜻 서울에 근무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남자 직원의 경우는 더 심해 보였다.

 

눈치껏 서울 지원을 안 하는

직원도 눈치를 보고,

서울에 지원하는 직원도

서울에 오래 있는 직원도

눈치가 보였다.

 

오래 있으면 왜 오래 있느냐

인사부와 친한 사람은 봐주냐 등

괜한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인

말 많은 회사였다.

 

 

@Pixabay / Sebastian Wa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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