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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듬뿍: 일상, 마음 쓰기 : )

서른 여섯 생일 그리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하루

by 소소듬뿍 2021. 3. 15.

 

서른이 넘어도 생일이 다가오면 좋았다.

예전처럼 친구들이랑 한 달 내내,

주말마다 생일 파티를 하지는 않아도,

그냥 그 케이크에 초를 꽂고 후 하고 부는 그 의식이 좋았다.

 

이번 생일은 이상하게 무감각했다.

생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남편이 갖고 싶은 거 있냐고 물었지만,

물욕도 없고, 생일에 별 다른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이래서 나이 먹은 건가 싶게 말이다.

아니면 번역 마감이 진짜 코앞이라, 

생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인지도 몰랐다.

 

아이의 새로운 어린이집 등원이

순탄치 못해서 마음 한구석도 무거웠다.

 

-

 

요즘에는 SNS가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들의 생일을 알려준다.

예전에는 친한 친구들의 생일을 일부러 다 외웠지만,

지금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의 생일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SNS가 생일을 알려줘도 "생일 축하해"라고 연락을 하게 되는 사람은

이미 생일을 다 외우고 있는 친한 사람들뿐이다.

 

그마저도 다들 이제 육아에 바빠

예전처럼 12시 땡 하길 기다렸다가 생일 축하 문자를 주고받지도 않는다.

나름 낭만적이던 시절이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12시를 기다린다니...

 

생일을 기억하는, 아니면 SNS의 도움을 받아

누군가 축하의 한마디를 건네면

그 단체창이 활성화된다.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던,

나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때 만나던 사람이다.

그들의 문자를 보며 괜히 웃음이 나온다.

 

모두 내가 인복이 있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사람들.

 

'축하한다고,

꽃처럼 향기로운 하루를 보내라고,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힐링하라고,

행복하라고,

즐거우라고'

 

보내준 메시지에 정말로 기분이 좋아졌다.

모두 고맙다 :D

 

-

 

오늘은 특히 

엄마가 딸의 생일을 잊고 갈 뻔했다며, 

점심에 꽃다발을 사들고 왔다.

 

향기도 저장되는 시대가 올까, 어여쁜 프리지어

 

노오란, 아직 활짝 피지 않은 프리지어다.

샛노란 색만큼 향도 강하다.

유독 꽃 선물은 프리지어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작년에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도 종강 날

나에게 프리지어가 어울린다며 선물로 주셨다.

나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셨는지는 몰라도,

예쁜 꽃 선물에 기분은 좋았다.

 

생일이 실감 나지 않던 생일날,

오빠의 미역국과 맛있는 얼그레이 케이크를 먹고

엄마의 노란 프리지어를 받고

우리 행복이를 안으니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앗, 얼그레이 케이크 : ) 너무 맛있쪄! 이집은 찾아서 가 봐야함!

 

-

 

+ 덧붙임.

오빠가 생일선물로 사주겠다는

다이슨 드라이기 대신,

그림책 다섯 권을 고르겠다고 했다.

아, 실수다. 다이슨 드라이기 값을 받아서 

그림책 다섯 권을 사고

나머지는 두고두고 고를 것을...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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