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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회사] 004. 회사원에게 출산 타이밍이 있을까?

by 소소듬뿍 2021. 3. 5.

* 이 글은 컨셉진스쿨에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로 쓰는 글입니다.

혼자 속 썩으며 홧병이 난 것만 같던

그 시절을 털어내기 위해

회상해서 쓰는 글입니다. (지금 아님 주의)

 

 

* 앞 이야기

001. 마음 속 화 털어내기

002. 지방 이전 vs '강제 이주'

003. 집 떠나와 열차 타고 가는 마음

 

 

그렇게 서울에 왔다.

사실 좀 헷갈렸다.

 

난임의 두려움을 생각하면

당장 아이를 갖고 싶었다.

자궁내막증, 난소 반절제.

흔한 부인과 질병이라지만 

내 몸에서 난소 반쪽이 떨어져 나갔고,

난소 기능을 반 밖에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내 입지를 생각하면,

아이 계획을 미루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공채로 직원을 뽑는 기업이라,

성과가 기준이지만, 기수도 고려해서 승진을 시켰다.

선배 기수들이 차례로 승진을 하고 있었고,

곧 있으면 우리 기수 차례라고 생각했다.

 

'출산을 하면 승진은 어떻게 되는 거지?

출산 휴가, 휴직 기간엔 안 시킬 거고,

복직하면 또 성과가 없으니까 안 시킬 거고,

그럼 얼마나 밀리는 거지?'

 

뭐가 우선인지 헷갈렸다.

주변에 난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니

노력한다고, 간절히 원한다고

한 생명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뭐가 우선인지 잘 모르는 상태로,

결정한 건 단 하나.

피임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쉽게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아주 감사하게

서울 올라온 지 반 년만에 아이가 생겼다.

 

분명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 속의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이 이성적으로 말했다.

 

'서울 올라온지 얼마나 됐다고,

서울에 버틸 수 있을 만큼 2년은 버티고

내려갈 때쯤 아이를 갖지.'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한 뒤

서울 근무는 2년이 최대라는 지침이 있었다.

승진에 대한 미련이 자꾸 생겼다.

 

반면 엄마가 될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지 조심스러웠다.

혹시 이런 생각이 나와 연결된 탯줄을 타고 전해질까 봐.

뱃속의 아가에게 미안했지만 

가끔 꿈틀거리는 이런 생각을

아예 없앨 능력이 나에게는 없었다.

 

임신 기간 중 이뤄진 승진 인사에서

앞 기수 대부분이 승진했다.

 

출산 후 4개월 뒤,

예상대로 동기들은 승진했다.

 

카톡 단체방에서 동기들을 축하했다.

축하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축하한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등 센서 있는 아이 때문에

잠 못 자는 건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 날은, 동기들의 승진 소식

나는 못 했다는 사실에 속이 상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2년만 참고 이따가 갖지.' 하고

승진하고 싶은 회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임을 걱정하던 때와 달리,

또다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몰려왔다.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뒤

마음이 다르다는 게 이런 건가.

 

아이를 낳고,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건

실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감정, 행복이었다.

 

눈도 못 뜨던 아가가

눈웃음을 짓고, 눈물도 흘리고

간지럽다란 감각도 모르던 아가가 

이제 간질이면 웃었다.

 

입사 후 나는 열심히 일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회사도, 하는 일도 좋았다.

때로는 보람도 있고,

직업으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는

도덕 교과서에서 보던 말이

이런 거구나 느낄 때도 있었다.

 

'일하는 나'를 좋아했던 스스로에게

회사에서 뒤처지는 기분은

꽤 실망스러웠다.

 

 

 

@pixabay / tumi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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