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행복이가 4살 때 읽은 그림책이 하나 있다.
<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 했을 때>
전래동요 / 주경호 인형으로 꾸밈 /보림출판사
여기서 말하는 할아버지는
행복이의 할아버지도 아니고
나의 할아버지가 살던 시대일 것 같다.
아버지가 지게 매고 일하러 나가면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ㅇㅇ야~ 놀자~" 하고 데리러 와서
산으로 들로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놀다가
저녁 먹을 때쯤 돌아와서
할머니 품에서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고 별을 세다가
보름달이 밝게 뜬 장면으로 끝난다.
나도 엄마도 아는 노래가 많지는 않지만,
동일한 음가가 정겹게 반복되는 말놀이에
운율을 따라 음을 붙이니 절로 노래가 된다.
한국인에 DNA에 들어있나 싶은 곡조로
입에 착착 붙는다.
모든 전래동요에 다 똑같은 음을 붙여도
노래처럼 이어진다는 게 신기했던 기억.
-
이번주 뜬금없이 행복이 입에서
흥얼흥얼 노래가 흘러나온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노래인데 하니
바로 이 책에서 부르던 노래다.
책은 꺼내지 않은 채
우리끼리 지어 부르며 놀았다.
여운이 남았는지
그날 밤 행복이는 잠자리 책으로 이 책을 골라왔다.
내가 "이서방~, 김서방~" 하고 운을 띄우니
행복이 버전의 말놀이가 펼쳐진다.
우리끼리 만드는 재미난 노래.
잠들기 전 소소한 우리의 재미있던 시간을
기록하고자 재우고 나서 바로 블로그에 저장해 놓았던 행복이의 말놀이.
이서방 이 닦으러 가세
김서방 김 싸서 먹세
조서방 좋아라 노세
신서방 신나게 노세
배서방 배 따러 가세
방서방 방귀나 뀌세
우서방 웃기나 하세
오서방 오이 따러 가세
유서방 유자차 타 먹으러 가세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다음날의 가사가 기대된다.
-
ps.
우리나라의 정겨운 옛 모습이 담긴 그림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다른 나라 마더구스가 아니라
이런 우리나라 말놀이 그림책을 먼저 접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드는 책이다.
우리 행복이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이런 말놀이를 함께 부르고 놀면 좋겠다.
물론 먼 훗날에 영어도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텔레비전 광고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꼬맹이들을 보면서
어떡해야 하나 가끔 고민도 되지만,
예쁜 우리말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알기를 바란다.
우리 문화, 우리말, 우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전달해줄 수 있도록
나부터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 읽은 책: <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 했을 때>
+ 함께 읽은 책: <께롱께롱 놀이노래>
'재미가 듬뿍: 일상, 마음 쓰기 : ) > 행복이의 말말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섯 살, 첫 장래희망은 바로 축구선수! (0) | 2022.06.25 |
---|---|
영화 <소울>이 알려준 아이의 천사 시절 (0) | 2022.03.27 |
행복이의 말말말, 새로운 게시판을 만들면서 (2) | 2022.03.13 |
댓글